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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수사를 이긴 ‘논리변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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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 사람의 범인을 놓치더라도 한 사람의 억울한 사람을 만들지 말라는 법철학을 늘 생각했다”
 
형장의 이슬로 사라질뻔했던 한 살인용의자가 검찰의 주장 중 실오라기 같은 허점을 파고든 논리변론에 의해 무죄로 풀려났다.
신현읍소재 K택시 소속, 김모씨(36?운전사)는 지난해 10월 4일 거제경찰서에 긴급체포 됐다. 두 달 전인 8월 5일 장목면 소재 M다방 종업원 H모씨(여?39)를 하청 실전 부두에서 살해한 혐의였다.

이 사건을 지휘한 통영지청은 곧바로 김씨를 구속하고 공소를 제기했다.

증거는 ▲Y염색체 유전자형 11개항 일치 ▲사건 전후(8월 5일 전후)오른쪽 팔에 물린 흔적 ▲8월 5일 당일 총수입 50만원 등 8개항 이었다.  여기서 ‘Y염색체 유전자형(이하 Y염색체)’ 일치라는 항목은 살해된 H씨의 손톱 밑에 끼인 혈흔의 염색체와 용의자 김씨의 염색체가 동일하다는 것이다.

경찰은 8월 8일 사체발견 즉시 혈흔을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감정을 의뢰한 후 용의자 및 관내 택시운전사 등 480명의 타액을 채취, 정밀분석에 들어갔었다. 피살자 손톱 밑의 혈흔은 남성 염색체(Y염색체)로 판명됐고, 이 중 용의자 김모씨만이 유일하게 피해자 H씨의 손톱 혈흔의 Y염색체 11개항과 전부 맞아 떨어진 것이다.  경찰서 수사본부에 환호가 터졌다.  너무 확실한 증거였다.
경찰은 김씨를 범인으로 단정하고 김씨의 그날 행적을 조사했다. 
 
그 결과 김씨의 행적(피살체 발견 장소인 하청 실전 매립지 장소쪽으로 운행)이 사체발견 현장과 비슷하고, 운행시간 또한 비슷했다.  김씨의 알리바이도 불확실했다.  4개월의 수사 끝에 검찰 측은 확신을 갖고 3월 18일 사형을 구형했다.  1심 재판부는 검찰의 증거를 인정, 김씨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혈흔은 Y염색체로 분류, 증거로 제출한 한국 최초의 기소였고, 판결 또한 Y염색체 증거를 인정한 최초의 판결이었다. 한마디로 과학수사의 쾌거였다.

그러나 과학수사의 한 단면에는 논리적 모순이 여러 곳에 산재해 있었다.  변호인으로 선임된 진성진 변호사(신현읍 고현리)는 경찰과 검찰이 간과한 범행 장소의 정황 및 범행 전후 용의자의 동선(움직이는 반경)등에 있어 논리적 비약 및 예단징후를 포착, 반론 증거 수집에 들어갔다. 얼마 후 과학수사를 뒤엎는 논리변론의 대반격이 펼쳐진다.
 

피해자 행적 및 용의자 검거
피살자 H씨는 2002년 11월부터 거제시 일대에서 다방종업원으로 일했다.  사건 당시 장목소재 M다방에서 종업원으로 일하던 중 8월 5일 다방주인이 새로 인수한 거제면 소재 K다방 개업 준비를 도왔다.

H씨는 주인과 개업 준비를 하면서 밤 7시경과 밤 10시경 두 차례에 걸쳐 술(소주2.5병)을 마셨다.  이후 밤 11시 15분경 다방주인 친구가 모는 봉고차를 타고 다방주인과 숙소로 향했다.  장목으로 향하던 중 (밤11시30분경)사등면 두동을 지나면서 다반주인의 핸드폰으로 연인 B씨와 통화를 하고 난후 갑자기 행선지를 변경했다.  “알았다.  갈 것이니 그 곳에서 기다려라”하면서 다방주인에게 택시타기 좋은 곳에 내려 달라고 부탁했다.  다방주인은 옥포 애드미럴 호텔 입구 앞에서 H씨를 내려주었다.

차에서 내린 H씨는 체크무늬 손가방을 어깨에 메고 횐단보도를 건넜고, 횡단도 옆에는 검은색 개인택시 1대가 주차해 있었다.  당시 50만원 상당의 현금을 소지하고 있었다.  이후 피살자의 행적은 묘연했고, 사흘후인 8월 8일 아침 6시경 하청면 실전 매립지 입구 풀밭에서 사체로 발견됐다.
발견될 당시 피살자는 머리가 풀밭으로 향하고 다리는 도로쪽으로 뻗어져 있었다.  도로 건너편 풀밭 안쪽에 피해자의 신바, 머리핀, 머리띠가 흩어져 있었다. 
 
피해자는 총 34군데나 칼에 찔려 숨진 것으로 판명됐다.  이상한 것은 사체발견 장소에는 조그만 돌 2점에 약간의 혈흔만 발견됐을 뿐 번행장소에는 어떠한 혈흔도 발견되지 않았다.  어딘가 석연치 않은 정황이었다.
경찰은 즉시 수사반을 설치, 치정 및 원한관계에 초점을 맞추면서 탐문수사에 들어갔다.  다른 한편 피살자의 손톱에 묻은 혈흔을 발견하고 국립과학연구소에 감정을 의뢰했다.  사망시간 등을 확인하기 위해 부검도 병행했다.  부검 및 감정결과 식후 약 2-3시간 정도 경과한 상태에서 사망한 것으로 추정됐다.
 
용의자들이 줄줄이 거제경찰서로 소환됐다.  그러나 용의자들은 모두 완벽한 알리바이가 입증됐다.  유일한 단서는 당시 차를 몰았던 다방 주인 친구로부터 피살자를 내려줄 때 개인택시 1대가 있었다는 진술이었다.
 
사건발생 2달이 다 됐지만 사건은 ‘오리무중’이었다.  그러던중 마침내 10월1일 국과수로부터 피살자 손톱 혈흔 감정결과가 나왔다.  남성의 혈액을 나타내는 ‘Y염색체’였다.
 
경찰은 개인택시 뿐 아니라 관내 택시회사를 상대로 수사를 확대했다.  즉시 기사들의 타액을 채취한 경찰은 피살자 주변인물과 택시기사 등 총480명 용의자들의 타액을 국과수에 보내 피살자 손톱의 혈흔과 상관관계를 조사했다.  감정결과 K택시의 김모 운전사가 유일한 동일 염색체인 것으로 밝혀졌다.
 
경찰은 결정적인 증거를 확보했다고 판단, 김모씨를 사흘후인 10월4일 긴급체포, 12일 통영지청으로 송치했다.
 
 
거제경찰서로부터 용의자를 넘겨받아 4개월 동안 조사한 검찰측 공소내용은 다음과 같다.
▲피살자 손톱밑 혈흔과 피고인 성염색체 유전자(Y-STR) 일치 ▲피고인과 피살자 접촉 가능성 유력(추정피살 시간에 피고인 하청방면으로 운행) ▲사건 당일 전후 피고인 팔뚝에 물린 흔적 확보 ▲사건 당일 피고인 수입, 영업택시 평일 수익금의 3배이상(50만원 상당) ▲사망 추정 시간대 피고인 알리바이 없음 ▲사건 시간대 이후 피고인 합의금(22만원) 지불 ▲수사시 “마음대로 하라”, “기억이 없다”등 진술 거부 ▲구속중 억울함 호소 한번도 없었던 정황 등 8개항이다.
 
검찰측의 주장은 ‘택시기사 김모씨는 8월 5일 밤11시20분에 구천동 자동차극장 앞에서 30분동안 차를 몰아 옥포에 도착, 장목행을 원하는 피살자 H씨를 태웠다.  이때 김씨는 범행을 결심하고 실전 매립지로 향했다.  운행중 오토바이 운전자(보름전 추돌 피해자)로부터 합의금 독촉전화가 걸려와 “하청으로 손님 모시고 있으니 조금만 기다려라”고 응답했다.  매립지에 도착한 김씨는 술에 취한 H시를 끌어내 살해(34군데 칼질)하고 난 뒤, 증거인멸을 위해 손목절단을 시도했다.  그 후 사체를 맞은편 블록으로 끌고가 은폐한 뒤 범행시 묻은 피흔적을 모두 지웠다.  운전자 김씨는 다시 차를 몰고 15분 후인 8월 6일 새벽 1시경 덕산1차아파트 상가에 도착 유턴한 후, 오토바이 사고인을 전화로 연락해서 합이금 22만원을 건넸다. 
 
차량 이동시간이 30분, 범행시간 및 사체은폐, 혈흔지우기 등에 40분이 소요됐다.
김씨는 계속 택시 영업을 했고 새벽 5시 회사에 차를 반납했다.  이후 경찰에 긴급체포되기까지 2달여동안 아무런 내색없이 회사생활을 계속했다.‘
이상이 검찰의 공소 시나리오였다.  이론적으로 모두 들어맞는 수사결과였다.
1심 재판부는 검찰의 증거를 충분히 이유있다고 판단, 무기징역을 언도했다.  변호인은 즉시 항소했고, 검사 또한 형량(무기징역)이 가볍다며 동시에 항소했다.
 
 
과학수사를 KO시킨 논리변론
2심의 상황은 1심때와는 다른 각도로 흘러갔다.  변호인측의 반증자료가 보다 구체적이고 객관적으로 제출됐다.  진성진 변호사는 Y염색체와 관련 동문, 친지, 지인, 인터넷 등 전방위 자료수집에 들어갔다.  5월 20일 사건 발생 9개월동안 모아온 자료들을 완성, 고등법원에 반증자료로 제출했다.
 
쟁점은 ‘Y염색체 유전자’ 판별능력 및 피살자 손톱 혈흔에서 밝혀진 ‘Y염색체 유전자’ 피고인 적용 여부였다.
검찰은 1심과 마찬가지로 ‘Y염색체 유전자형’ 11개항이 피살자 혈흔과 일치한다는국과수 감정결과를 제출했다.  또 서울대 법의학과 A박사의 이론을 검찰측 증인 및 근거로 채택했다.
 
구체적 설명으로 검찰은 피고인 김씨의 ‘Y염색체 유전자형’은 피고인 김씨가 유일하다고 밝혔다.  그러나 변호인측의 대반격이 시작됐다.  크게 2가지 반박논리가 펼쳐졌다. 
 
변호인측 변론은 다음과 같다.
첫째, 검찰이 거제시 관내 택시 운저사들 중 반드시 범인이 있다라는 예단 수사가 만들어낸 추측수사이다.  따라서 이 예단을 하지 않을 경우 ‘Y염색체 유전자형’ 감식결과는 대한민국 김해김씨(피고인은 김해김씨임)성을 가진 수백만명의 남성에게 적용돼야한다(‘Y염색체 유전자형’은 부계를 따라 조상대대로 올라간다.  즉, 부계혈통은 똑같은 ‘Y염색체 유전자형’을 가진다는 이론).  때문에 검찰이 이번 사건의 범인이 반드시 택시운전사라는 증거가 뒤따라야 한다.  수사기록에는 차를 내려준 사람의 증언인 “피살자가 택시를 타기 위해 내렸다”는 진술만 있지, 실제로 피살자가 택시를 타는 것을 본 목격자가 아무도 없지 않느냐는 것이었다.
 
둘째, ‘Y염색체’를 조사하면서 최선을 다하지 않았다.  현재 국내의 ‘Y염색체 유전자형’ 조사기법은 최대 26개 비교감식법이 있음에도 불구, 가장 손쉬운 11개 비교감식법을 사용해 증거자료로 제출했다.  “26개 비교감식법을 사용했다면 정반대의 결과가 나오지 않는다는 법이 있느냐”는 반론이었다.  검찰측과 변호인 사이의 공방이 계속됐다.
 
진변호사는 쟁점인 ‘Y염색체’ 비교감식결과에 반론을 펴기 위해 대부분 시간을 할애했다.  워낙 전문성을 요하는 부분이라 재판부가 이해를 못하는 듯 했기 때문이다.  어떻게 하면 논리적이고 알기쉬운 방법으로 변론할 것인가를 놓고 고민에 고민을 거듭했다.  그러던 중 우연히 부인으로부터 손쉬운 힌트를 얻어냈다.  진변호사는 2차 변론요지서에서 검찰이 제시한 ‘Y염색체’ 비교감식 결과를 고3 수험생들의 수능에 비유했다.  ‘수능생물문제가 25문항 출제됐다.  전국 고3 학생들이 일제히 응시했다. 
 
그런데 채점위원들(검찰)이 11개항만 채점해서 김모라는 학생을 수능생물 과목 꼴지로 평가했다.  그것도 수십만 입시생 전부를 채점한 것이 아니라 표본학생 3,500명만 채점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교부장관(재판부)는 그 결과를 그대로 발표해 대학 학력평가에 반영했다.  만약 26개항 모두를 채점했다면, 나아가 전 수능 수험생들을 전부 평가했다면, 김모 학생이 전국에서 반드시 꼴지를 했겠느냐?’ 아주 쉬운 예로써 재판부의 마음을 움직인 순간이었다.  곧이어 다른 7개항과 관련된 검찰측 증거를 반박하는 논리변론이 조목조목 이어졌다.
 
▲피고인과 피살자 접촉 가능성 농후라는 검찰측 증거에 대해 “범행을 결심한 피고인이 당시 다른 사람에게 하청방면으로 운행중임을 밝힐 수 있느냐”고 되물었다.
 
▲사건 전후 피고인 팔뚝에 물린 흔적은 택시비를 지급치 않기 위해 도망치는 승객과 다투면서 생긴 상처(8월 2~3일경 거제여상 입구)라는 피고인의 주장을 제시했다.  또한 피고인의 처가 이 상처를 이웃에게 재미난 일이라면 알려준 점을 상기시켰다.  피고인이 범인이라면 상처 입은 사실을 숨기는 것이 상식이다는 말이다.  덧붙여 당시 초동 수사시 피살자 치아에 묻었을 용의자 체세포는 왜 누락시켰냐고 다그쳤다.  혹시 동일 염색체가 아닐 것을 두려워 한 것은 아니냐고 추궁했다.
 
▲피고인 알리바이에 대해서는 검찰과 재판부를 향해 비유법으로 대응했다.  “검사와 판사에게 2달전 퇴근후 무엇했느냐 묻는다면 정확히 기억할 수 있나”라고 반문했다.  필시 집으로 곧바로 퇴근했거나 동료와 식사를 했다는 등이 아니겠느냐는 물음이었다.  이와 마찬가지로 사업장이 거제시 전역의 도로인 택시 운전사의 경우 두달전 행적을 묻는다면 극히 한정돼 있다는 것.  “손님을 태우고 운행중”이었거나 “손님을 찾기 위해 돌아다녔다” 둘중 하나라는 주장이었다.
 
합의금을 내려서 주지않고 합의금을 운전대에서 지불한 행위는, 피흔적 등을 보이지 않기 위한 은폐수법이었다는 검찰측 주장은 억측이라고 잘라 말했다.  주기 싫은 합의금을 차에서 내려서 공손히 줄 이유가 없는 것이 가장 보편적 행동이라는 반박이었다.  또 당시 합의금을 받은 사람(오토바이 추돌 당사자)이 돈을 세면서 피고인의 옷에 피흔적을 본 적이 없었다는 증언을 반박논리에 제시했다.
 
수사시 진술거부와 관련해서는 살인 용의자라면 깊고 집요한 수사가 계속됐을 것이고, 자신의 결백을 절대 믿지 않는 수사관에게 그렇게 대응할 수 있다고 반론했다.
“구속중 억울한 고소가 없었던 점으로 보아 사실상 죄를 인정하고 있는 정황이다”라는 검찰측 증거내용에는 검찰측의 증거채택 수준을 지적하고 나섰다.  당초 피고인은 처음부터 끝까지 범행사실을 부인했고, 변호인 또한 거짓말 탐지기 동원을 요구했으나 그것을 거부한 점을 반박자료로 제출했다.  덧붙여 “거세게 항의하면 용의점이 낮아지고 항거하지 않으면 용의점이 높아지냐”고 되물었다.
 
변호인측의 결론은 “‘Y염색체’ 감식결과가 유력한 증거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범인이 거제시나 통영 등 택시운전사에 한정될 때 뿐이다.”라는 주장이다.  따라서 ‘Y염색체 유전자형’ 감식결과는 하나의 참고사항일 뿐 확실한 증거로 볼 수 없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이 외에 다른 7개항의 증거 또한 개연성만 있지 확실한 증거가 될 수 없다는 반론이다.  때문에 합리적 의심의 여지가 없는 정도의 증거는 ‘무죄추정의 원칙’, ‘의심스러울시 피고인의 이익원칙’에 의해 무죄라는 주장이다.
 
특히 검찰측 공소내용 중 범행장소인 실전매립지에 아무런 살해흔적(혈흔)이 없었을 뿐 아니라 결정적 단서가 될 물린자국과 관련 ▲피살자 치아 체세포 ▲피살자 오른손에 있던 머리카락(다섯가닥) 염색체 분석 누락 등으로 볼 때 ‘Y염색체 유전자형’ 감식결과를 맹신한 검찰측 예단 수사라고 공박했다.
7월 27일 고등법원 재판부의 판결이 떨어졌다.  “성 염색체 유전자좌 11개가 일치하므로 피고이닝 범인일 수 있다고 의심은 간다. 
 
그러나 이와 연계한 간접 사실들의 증거에는 여러 의문점이 있다.  따라서 검사가 제출한 유죄의 간접사실과 정황만으로는 공소사실을 진정한 것이라고 볼 수 없다.  무죄를 선고한다.”  재판부는 변호인측의 반론을 대부분 인정해 피고인 김씨를 석방했다.  검사는 즉시 항소, 대법원에 용의자 김씨의 유죄를 주장했다.
 
범인은 누구인가?
사건이 미궁속으로 빠져들 가능성이 농후해졌다.  피살ㄹ자와 마지막 통화를 하면서 옥포 또는 장승포 지역에서 만나기로 한 연인 B씨는 ‘Y염색체’ 분석결과 혐의가 전혀 없다.  구속됐던 김모씨도 ‘Y염색체 유전자형’은 일치하나 다른 물증이 전혀 없다.  그렇다면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아직 대법원 판결이 남아있지만, 고등법원의 판단을 뒤집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것이 법조계 안팎의 판단이다.
 
검찰의 공소내용은 ‘Y염색체’ 감식결과 외에는 뚜렷한 유죄 증거능력이 없는 것으로 판명됐다.  범행에 사용한 흉기는 물론 용의자 김씨의 의류, 신발 등에서 단 한점의 혈흔도 차지 못했다.  다만 당시 ▲하청방면으로 운행 ▲사망추정시간 40분 후 덕산 상가에 도착했다는 2가지 정황뿐이다.  검찰이 범행동기로 내세운 증거 ‘오토바이사고 합의금 35만원’은 범행도이로서 너무 궁색하다.
 
구천동 자동차극장에서 옥포로, 옥포에서 실전 매립지로, 매립지에서 덕산상가 앞으로 이동 경로는 이론상(시간) 가능한 일이나, 피살자가 용의자에게 연락을 취했고, 용의자는 각본대로 한치의 오차도 없이 운행하면서 즉시 범행을 저질렀을 때나 가능한 일이다.  이것은 현실적 여건으로 볼 때 도무지 납득이 되지 않는다.  자동차극장에서 옥포행 손님이 있어 출발했다면 피살자를 태울 수 있다.  또한 피살자가 택시를 불렀다면 가능한 일이다.  그러나 피살자와 용의자 김씨는 일면식도 없는 사이이다.  전화통화 내역이 없는 것은 물론이다.
 
또다른 의문은 용의자 김시가 오토바이 사고 합의인에게 “하청 방면으로 손님을 모시고 있으니 기다려라”고 했던 점이다.  처음에는 범행용의가 없었으나 술 취한 여자승객을 보고 범행 용의가 갑자기 생겼단 말인가?
 
그 다음 의문은 피살자를 34군데나 찔렀던 초범(최초 살인의 경우 정신적 공황상태에 빠져 무분별 공격을 한 예가 있음)이 20분 안에 냉정을 찾음과 동시에 범행시 묻었던 혈흔을 거의 다 지우고 약속한 장소에 태연히 나타날 수 있었느냐는 점이다.
 
무엇보다도 이상한 것은 검찰이 명시한 범행장소에 혈흔 한점 없다는 점이다.  10m 떨어진 건너편 블록에 있었던 사체 발견현장에만 작은 돌멩이 2개에 약간의 혈흔이 묻어 있었을 뿐이다.  상식적으로 볼 때 이것은 실제 장소가 아니라 유기장소에 가깝다고 볼 수 있다.  국립과학연구소도 “살해장소인지 유기장소인지 알 수 없다”라고 공식 발표했다.
 
또다른 의문점은 실전 매립지내(차량 통행이 빈번) 도로 옆 3m 지점(잡초 길이 30~40cm)에 있었던 사체가 53시간 동안 그대로 방치돼 있었던 사실이다. 
 당시 실전 카페리 이용차량은 하루 500여대, 승객은 2,700여명이었다.  53시간을 계산하면 1,200여대의 차량과 7,000여명의 이동인원이 있었다는 결론이다.  이중 적지 않은 차량과 인원이 사건현장을 왕래했다는 정황상, 너무 장시간 동안 발견되지 않았다는 의문이 든다.
 
이같은 의문은 피살자의 혈중알콜농도가 0.24%에 달한 것과 무관하지 않을 것으로 추측되고 있다.  사건 당일 피살자 H씨는 5시가넹 걸쳐 소주 2.5병 정도를 마셨으나 크게 취한 기색없이 스스로 횡단보도를 걸어 건너편으로 걸어갔다.
 
혈중알콜농도 0.24%면 완전 만취 수준으로 인사불성상태이다.  내려준 다방주인의 진술은 평소 주량이 센 데다 별로 취하지 않았다 한다.  “기다려라, 간다는 데 웬말이 많느냐”고 통화한 연인 B씨 혹은 제3자를 만나 3차 음주를 한 것으로 추측이 가능하다.  그러나 B씨는 피실자 H씨를 만나지 못했으며, ‘Y염색체’ 감식결과 용의자 선상에서 완전 벗어났다.  그렇다면 피살자 H씨는 어디서 누구와 3차 음주를 했을까.  H씨의 통화 기록에는 옥포에 내린 11시 45분 이후 어떤 통화도 없다.  그렇다면 공중전화를 통해 (H씨 휴대폰은 수신 휴대폰만 가능함) 제3의 인물을 불렀다는 추측을 해 볼 수 있다.  또는 직접 제3자를 찾아갈 수도 있다.  현재 상태로 이 가설이 가장 유력하다.  왜냐하면 상식적으로 안면이 있는 사람일 때 음주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럴 경우 H씨의 주변관계(H씨의 2년간 다방생활 주변인물)를 샅샅이 훑어야 한다.  그러나 시간이 너무 흘렀다.  용의자들을 상대로 1년전 알리바이를 추궁하기에는 무리가 따른다.  설혹 동일 ‘Y염색체 유전자형’을 확인하더라도 무죄로 풀려난 K씨보다 증거를 갖다대기가 훨씬 무리다.  확실한 증거가 뒤따라야 한다.  변호인측이 최소 거제시 관내 김해김씨 성을 가진 사람들이 모두 용의자라고 변론할 것이 자명하기 때문이다.  우발적 범행도 생각해 볼 수 있다.  이 경우 수사범위가 너무나 광범위하다.  어디서부터 시작, 김해김씨성을 가진 사람 중 누구를 용의자로 할 지 막막하다.  사실상 수사가 불가능한 것이다.
 
원점으로 돌아가 ‘Y염색체 유전자’ 재감식을 시도해 볼 필요가 있다.  아니면 ‘Y염색체’ 관련 수사는 제껴둔 채 옥포지역 탐문수사도 필요하다.  이것은 0.24%라는 피살자의 혈중 알콜농도가 중요한 단서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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