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변 칼럼

공직자와 뇌물(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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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宋)나라 농부와 청백리의 고사(古事)
송나라 농부가 밭갈이를 하다가 옥을 주었는데 이 옥을  자한(子罕)이라는 대부(大夫)에게 바쳤으나 자한이 받지 않았다.
 
농부가 청하기를 ‘이것은 농부들의 보배입니다. 바라옵건데 받아주시옵소서’ 하였더니, 자한이 말하기를 ‘그대는 옥을 보배로 삼고, 나는 받지 않는 것을 보배로 삼으니 만일 내가 그것을 받는다면 그대와 내가 모두 보배를 잃는 셈이네(子以玉爲寶 我以不受爲寶 若我受之 爾與我皆喪寶也)’하였다. 다산의 목민심서 청심(淸心)편에 나오는 고사이다.
 
 
과거보다 엄격해진 뇌물죄에 대한 최근의 실무동향
며칠 전 창원지방법원 통영지원에서 1,000만원을 뇌물로 받은 인근 지자체 건축직 공무원에 대하여 징역 2년6월의 실형을 선고한 바 있다. 뇌물죄는 수수액에 따라 법정형이 달라진다. 뇌물액이 1,000만원 미만까지는 형법상의 수뢰죄로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년 이하의 자격정지에, 1,000만원이상 5,000만원 미만이이면 특정범죄가중처벌법 상의 수뢰죄로 5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5,000만원 이상이면 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에 각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불과 수년전 까지는 수뢰액이 5,000만원 미만이면 실형선고를 하지 않는 것이 법원의 실무 관행이었다.
 
판사는 범죄의 정상에 참작할 만한 사유가 있는 때에는 작량(酌量)하여 그 형을 감경(減輕)할 수 있고, 3년 이하의 징역을 선고할 경우에 형의 집행을 유예할 수 있기 때문에, 수뢰액이 5,000만원 미만이어서 법정형이 5년 이상인 경우에도 먼저 법정형을 징역 2년6월이나 3년으로 작량감경하고 그에 대하여 집행유예를 선고해 온 것이다. 즉 법원이 최대한 관용을 베풀기 위하여 ①수뢰공무원이 거의 대부분 초범인 점, ②오랜 기간 공직에 종사하면서 소속 기관장의 표창을 받는 등 성실히 근무하여 온 점, ③범행을 깊이 뉘우치는 점, ④비록 집행유예로 석방되더라도 공직에 더 이상 종사할 수 없는 점등을 정상참작사유로 보아 준 것이다. 다만 수뢰액이 5,000만원 이상이면 법정형이 10년 이상이라 판사가 아무리 봐주려고 형을 감경하더라도 그 감경한 형이 집행유예를 붙일 수 없는 징역5년 이상이어서 부득이 최소한의 실형인 징역 5년을 선고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법조인 사이에는 업자가 딱 5천만원의 뇌물을 가져오면 그중 1만원을 빼서 차비나 하라고 돌려주면 집행유예가 가능하다는 농담(?)도 있었다.
 

요즈음 판결은 판사가 아닌 컴퓨터가 한다(?)
그런데 뇌물죄에 대한 위와 같은 법원의 온정주의적 태도는 최근에 완전히 바뀌었다. 1심법원에서 수뢰액이 1천만원 이상이면 징역 2년6월 이상의 실형이, 수뢰액이 그 이하이더라도 징역 1년 전후의 실형이 종종 선고되며 이에 대하여 항소하더라도 상급심법원에서 조차 실형으로 확정되는 경우도 허다하다. 그 이유는 무엇인가.
 
첫째, 국민으로부터 가장 지탄을 받아 온 정치인 등 사회지도층의 양대 범죄, 즉 선거사범과  뇌물성 불법정치자금 수수범죄에 대하여 엄벌해야 한다는 국민들의 여론을 검찰과 법원이 반영한 것이다.
둘째, 위와 같은 범죄를 저지르고도 갓 개업한 현직출신 변호사를 동원하여 실형을 면해 온, 소위 전관예우에 대하여 비판여론이 비등함에 따라 법원이 이를 방지하기 위하여 양형기준을 마련하여 엄격하게 적용하고 있는 것이다.
셋째, 무엇보다도 법원전산망의 구축에 따른 판결의 계량화, 기계화, 통계화의 요인이 가장 크다. 지금은 전국의 판사가 내리는 모든 본안 판결은 법원의 내부통신망(LAN)에 등록 하게되어 있다.
 
따라서 가령 뇌물 1,000만원을 받은 건축직 공무원에 대한 양형자료를 찾으려면, 법원전산망 검색창에 「뇌물+1,000만원」이라고 치면 동일 내지 유사한 사안에 대하여 전국의 법원에서 선고한 모든 판결이 전산망에 뜨고 재판부는 이를 참작하여 선고형량을 정하는 것이다. 따라서 유사한 사안에 대하여 바로 얼마 전 인근  법원에서 실형을 선고한 마당에 이와 달리 집행유예를 선고하기는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실제로 만취상태에서 절도가 강도로 표변한 소위 준강도상해사건에서 피해정도가 경미하고 합의된 점등을 참작하여 주심판사와 합의하여 집행유예로 석방하기로 일응 정해 놓았는데, 선고 바로 전날 주심판사가 전산망 검색자료를 들고 와서 ‘전국의 1심판결을 전부 검색하였는데 1심에서 강도상해죄를 석방해준 예는 한 건도 없다’고 하여 할 수 없이 징역 3년6월의 실형을 선고한 적이 있다는 말을 어느 재판장으로부터 들은 적이 있다. 그러면서 그 재판장은 씁쓸한 표정을 지으면서 ‘요새 판결은 판사가 아니라 컴퓨터가 합니다’고 했다.  
 
 
청렴은 더 이상 공직자의 미덕이 아닌 생존조건이다
이제 공직자가 뇌물을 받고서는 그 직을 유지 할 수 없을 뿐 아니라 그 보다 더 혹독한 불이익을 받는 시대가 도래하였다. 평생 쌓아 온 사회적 지위 및 명예가 한순간에 무너짐은 물론이고 상당한 기간 징역살이까지 각오해야 한다. 또한 수수한 뇌물액수 만큼 몰수 또는 추징 당해야 하며, 퇴직금도 상당한 비율로 감축된다. 따라서 다산의 다음과 같은 가르침은 지금 이 순간에 더 없이 타당하다.
‘청렴은 천하의 큰 장사이다. 욕심이 큰 사람은 반드시 청렴 하려 한다. 사람이 청렴하지 않게 되는 것은 그 지혜가 짧기 때문이다(廉者天下之大賈也 故大貪必廉 人之所以不廉者 其智短也).’
‘사대부(士大夫)가 돈 한푼을 좋아하면 그의 값어치는 한푼 어치도 못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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