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변 칼럼

독일인의 법의식(2)

관리자 0 1374
책에 나오는 법원칙을 그대로 지키는 나라, 독일
필자의 독일유학시절에 있었던 일이다. 함부르크주 행정법원 판사가 집에서 잠을 자다가 의붓딸과 남자친구에 의하여 목 졸려 살해되었다. 살해동기는 미혼모인 의붓딸에게 애기 양육비를 안 준다는 것이었다.
 
키가 2미터나 되는 이 판사의 시체를 두 범인이 차에 옮겨 싣고 숲속으로 들어가 차에 휘발유를 뿌리고 불을 지르려는 순간, 인근 주민의 신고로 현장에서 경찰에 체포되었다. 이들에 대하여 살인죄로 구속영장이 발부되었으나 검찰은 영장을 집행하지 않았다. 범인들이 미성년자인데다 범행을 전부 자백하였고 여권이 없기 때문에 도주 및 증거인멸의 우려가 없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이처럼 현직판사를 살해하고 사체를 불태워 증거를 없애려한 엽기적인 범행에 대하여도 독일검찰이 불구속 수사원칙을 책에 나오는 그대로 철저히 준수하는 것을 보고 여론에 많이 휘둘리는 한국검찰과 대조를 이루어 인상 깊었다.
 
 
빵굽는 시간도 법률에 정한 나라
독일은 법의 나라이다. 대륙법체계를 확립한 나라가 바로 독일이다. 국민의 대다수가 권리주장을 위하여 법에 호소하는 것이 생활화되어 있고, 그런 만큼 대부분 변호사 보험에 가입되어 있어 송사가 벌어지면 변호사비용을 보험회사에서 직접 지급한다. 나아가 국민의 의식주생활의 대부분을 법에 규정하고 이를 철저히 지키는 나라가 독일이다. 심지어 가게문을 닫는 시간에 관하여도, 빵을 굽는 시간에 관하여도 법에서 규정한다. 소비자가 신선한 빵을 먹을 수 있도록 가게문을 닫는 한밤중에는 빵을 굽지 못하도록 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독일에는 사회현상의 거의 전반을 복잡다단한 제반법규로 규율하고 있어 깜빡 잘못하면 법규위반으로 그에 상응한 벌금, 수수료, 과징금 등의 불이익을 받게 되는데 그 복잡한 법의 그물망에서 무사히 벗어났다고 안심하는 순간 자칫하면 낭패를 당하기 쉽다. 복잡한 법규를 숙지하여 지키려고 안간힘을 쓰다가 발 밑을 조심하지 않았다가는 바로 개의 배설물을 밟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독일에 얼마나 개가 많았으면 ‘독일연방공화국은 독일개공화국이다(Bundesrepublik Deutschland ist  Hundesrepublik Deutschland)’라는 우스갯소리까지 있겠는가! 그런데 바로 이 개를 키우려면 축견세(畜犬稅)라는 세금을 내야한다. 각 주별로 개 한마리당 얼마씩의 세금을 내도록 규정하여 그렇게 마련된 재원으로 개의 배설물을 치우는데 사용한다는 것이다.
 

같은 것은 같게, 다른 것은 다르게 취급하는 나라
독일에서도 음주운전단속을 한다. 혈중알콜농도 수치가 우리의 0.05%보다 높은 0.08%부터 형사입건대상이며 0.12%부터 면허취소대상이다. 음주운전을 비롯한 모든 범행의 피의자에 대하여 음주수치를 채혈을 통하여 측정한다. 이를 위하여 독일의 경찰서에는 의사가 24시간 상주한다.
 
음주운전의 경우에도 우선 호흡중알콜농도를 측정하여 형사입건대상인지 여부를 먼저 파악(측정기에 0.08% 미만이면 파란불, 그 이상이면 빨간불이 들어온다)하여, 그 대상이면 바로 경찰서로 가서 채혈한다. 채혈결과 위 형사입건 기준을 초과하면 벌금이 수수료와 함께 부과되는데 문제는 수수료가 벌금보다 더 많이 부과되는 경우도 있다. 왜냐하면, 벌금 외에 별도로 부과되는 수수료에 혈액채취료, 혈액운반료, 혈중알콜농도측정료, 검사결과통보료가 포함되기 때문이다. 심지어 살인 등의 중대범죄에 대하여 징역형을 선고할 경우에도 판결주문에 징역형 외에 형선고수수료까지 부과시킨다.
 
그것은 법을 잘 지키는 선량한 국민과 법을 위반하는 범법자를 철저히 구분하여, 법을 위반하는 자들 때문에 소요되는 비용은 바로 그자들에게 부과시키는 것이 바로 정의라고 생각하는 독일국민들의 법의식을 반영하는 것이다. 독일국민들은 법을 잘 지키는 자와 법을 위반하는 자를 결코 같이 취급하여서는 안되며, 그것은 정의에 반한다고 생각한다. 즉, 「같은 것을 같게, 다른 것을 다르게 취급하는 것이야말로 실질적 평등이고 이것이 바로 정의」라는 아리스토텔레스의 가르침이 법생활전반에 녹아있는 나라가 바로 독일이다. 이러한 원칙을 철저히 준수함으로써 ‘법을 지키는 것이 법을 위반하는 것 보다 훨씬 이익이 된다’라는 인식을 국민들이 자연스럽게 가지게되는 것이다.
 
 
수익자(?) 부담의 원칙은 생활전반에서 철저히 준수된다
가령 백화점에서 쇼핑을 하다가 용변을 보려 화장실에 가면 그 이용료를 별도 부담해야 한다. 그것도 큰 것, 작은 것을 가려서 말이다! 독일에서는 거의 대부분의 화장실이 유료이고 그것은 공원이나, 역 등 공공기관에 있는 화장실이라고 해서 예외가 아니다. 화장실을 이용하여 그 관리비 내지 오물수거비를 부담하게 하는 시민과 그렇지 않은 시민을 다르게 취급하는 것이 정의에 합당하다고 보는 것이다. 우체국에서 소포를 배달하려 왔는데 사람이 없을 경우에는 그 사실과 함께 몇 일 이내에 우체국에 와서 찾아가라는 통지서를 대문에 붙여놓고 간다. 이를 보고 우체국에 소포를 찾으러 가면 그 집에서 우체국까지 소포를 도로 가지고 와서 보관한 비용을 지급하여야 한다. 몇 차례 배달을 시도하여도 배달이 되지 않을 경우에는 발송인에게 돌려보내면서 그 비용을 부담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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