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변 칼럼

S피고인 국선변론기(國選辯論記)①

관리자 0 965
처음으로 국선변호를 맡다
작년 8월 창원지방법원 통영지원장으로부터 S피고인에 대한 국선변호를 맡아 달라는 전화요청을 받았다. 국선변호인은 연초(年初)에 희망하는 변호사의 신청을 받아 재판부에서 작성한 리스트 중에서 피고인이 선택하면 재판부가 지정하는 절차를 밟는다.
 
필자는 변호사가 된 이래 국선변호인 지정신청을 한번도 한 적이 없는데도 지원장이 필자에게 위 피고인에 대한 국선변호를 맡아 달라고 한 것에는 특별한 사정이 있었다. 당시 위 피고인은 그의 동생과 같이 폭력혐의로 구속되어 형사단독사건으로 재판을 받고 있던 중, 「P여인의 집에 침입하여 식칼로 반항을 억압한 후 금품을 빼앗고 강간까지 한」특수강도강간 등 혐의로 추가 기소되는 바람에 위 단독사건이 형사합의부로 이송되어 국선변호인의 도움을 받아 재판을 받고 있었다.
 
그런데 위 피고인이 며칠 전 추가 사건에 대한 수사경찰, 담당검사, 피해자뿐만 아니라 국선변호인까지 고소를 하였는데, 그 각 고소내용은 수사경찰에 대하여는 고문혐의, 담당검사에 대하여는 폭언 등 인권침해혐의, 피해자에 대하여는 위증혐의, 국선변호인에 대하여는 직무유기혐의(국가로부터 돈을 받으면서도 교도소에 접견도 한번 오지 않는 등 변론을 성의 없이 하였다는 내용)라는 것이다. 그래서 전임 국선변호인에 대한 지정을 취소하는 대신 필자를 위 피고인에 대한 국선변호인으로 지정하고자 한다는 것이었다. 이리하여 필자는 난생 처음으로, 본의 아니게, 그것도 자신의 국선변호인을 직무유기혐의로 고소한 전력이 있는 형사피고인의 국선변호인이 된 것이다.
 
 
통영구치소에서의 첫 대면
S피고인은 통영 법조계의 유명인사였다. 우선 그는 위 폭력행위 피고사건의 재판장인 형사단독판사에게 법정에서 욕설을 한 적이 있는데다 통영구치소 미결수 중 제일고참이었다. 구속사건의 경우 통상 구속된 날로부터 1~3개월이내에 1심선고를 마치고, 늦어도 1심구속기간인 6개월이내에 재판절차를 마치는데, S피고인은 위 특수강도강간사건에 대하여 범행을 부인하는 바람에 필자가 국선변호인이 된 시점에 이미 구속기간이 8개월이상 경과되고 있었다. 필자는 즉시 위 사건 기록에 대한 복사신청을 하고 바로 통영구치소로 접견을 갔다.
 
첫 대면에서 필자는 S피고인에게 ‘왜 국선변호인을 고소했느냐’고 물었더니, ‘본인에게 너무나 억울한 추가기소가 되어있는데 변호사가 한번도 접견을 오지 않아 위 사건에 대한 검사, 경찰, 피해자를 고소하면서 국선변호인도 같이 고소하였다’는 것이었다. ‘뭐가 그리 억울하느냐’고 물었더니, ‘P여인과 성관계를 맺은 것은 사실이나, P여인은 집 부근에 살고 있어 아침에 산책로에서 만나 친해져서 그간 몇 차례 성관계를 맺어 왔고, 본건 사건당일에도 그 여인의 요청에 따라 P여인의 집에 가서 차도 한잔하고 성관계를 맺은 것이며, 따라서 그녀를 강간한 적도 없고 금품을 빼앗은 적도 없다’고 항변하였다. 그런데도 경찰과 검찰은 S피고인에게 강간치상죄로 징역 3년을 선고받은 전력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그의 진술을 믿어 주지 않고 그를 위 사건의 진범으로 몰아가 하도 억울하여 위와 같이 고소하였다는 것이었다.
 
 
사선(私選)보다 길었던 국선변호의 변론과정
위 강도강간사건에 대한 기록검토결과 수사 및 공판과정상 많은 문제점이 드러났다. 첫째, 본건 범행일시가 2004년 12월이며 피해자가 즉시 경찰에 신고하였음에도 본건 기소는 2005년 5월에야 이루어 진 점, 둘째, P여인의 진술이 경찰과 검찰에서 많은 차이가 있는 점, 셋째, S피고인이 P여인의 사생활에 대하여 많이 알고 있는 점, 넷째, 경찰이 본건과 동일수법으로 당한 다른 강간사건의 피해자 2명이 S피고인을 범인으로 지목하는 진술을 확보하였는데도 검찰이 그에 대하여는 기소를 제기하지 않은 점, 다섯째, P여인이 법원의 소환에도 불구하고 몇 달째 출석하고 있지 않는 점 등 의심나는 점이 한둘이 아니었다. 그래서 필자는 위 문제점들에 대하여 검찰에 석명권을 행사하여 주도록 법원에 촉구하는 한편, 뒤늦게 법정에 출석하여 ‘S피고인이 범인이 맞다’고 한 P여인의 증언에 대하여 위 각 문제점을 지적하여 그 신빙성을 탄핵하였다. 

그러던 중 검찰은 2005년 10월 다시 S피고인에 대하여 「2003년 4월 K여인의 원룸에 침입하여 비디오 카메라 등 금품을 강취한」특수강도죄로 추가 기소하였다. 위 사건 기록검토 결과 S피고인은 위 강도건에 대하여 경찰에서부터 진술을 거부하여 아무런 조사를 받지 않았고 검찰은 단지 K여인의 진술을 근거로 기소하였는데 거기에도 많은 문제점이 있었다. 우선 범행이 발생한지 무려 2년반이 지나 기소된 점, 피해자가 처음에는 절도로 신고한데다 피해품목에 비디오카메라가 없었는데도 경찰이 뒤늦게 S피고인을 범인으로 지목하자 그가 비디오카메라를 포함한 금품을 (절취한 절도범이 아니라) 겁을 주어 빼앗은 강도범이라고 번복 진술한 점 등 수사에 허점이 많아 이점을 법정에서 조목조목 지적하였다.
 
 
S피고인, 구속된지 512일만에 무죄선고를 받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진행된 S피고인에 대한 1심재판은 필자가 국선변호인이 된 이래 10개월에 걸쳐 20여차례의 접견과, 12회의 변론, 2번에 걸친 현장검증 등을 거쳐 검찰이 피고인에 대하여 징역 12년을 구형하였고, 며칠전인 5월 19일 재판부의 판결선고를 통하여 막을 내렸다. 재판부는 S피고인이 인정하는 폭력사건에 대하여는 징역 2년6월의 실형을, 부인하는 특수강도강간 및 강도사건에 대하여는 무죄를 선고하였다. 그가 구속된지 무려 512일만의 결론이었다.
0 Comments
포토 제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