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변 칼럼

S피고인 국선변론기(國選辯論記)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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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피고인이 공소사실 전부에 대하여 유죄선고를 받았더라면 그는 동종범죄인 강간치상죄의 누범기간중에 있었기 때문에 최소한 징역 10년을 선고받을 처지에 있었다. 피해자들이 법정에서 ‘그가 진범이 맞다’고 증언하였음에도 무죄를 선고받은 요인은 다음과 같다.
 
본건 무죄판결은 무엇보다도 S피고인 자신의 권리를 위한 처절한 투쟁덕분이다. 
S피고인은 어릴 적부터 수많은 범죄전력으로 소집면제처분까지 받았고, 폭력사건의 공범은 바로 그의 친동생으로 현재  징역 2년을 선고받아 복역중이다. 그럼에도 그는 자신의 무고함을 주장하면서 무려 1년 5개월간을 옥중에서 온몸으로 투쟁한 것이다.

첫째, 그는 본건 수사 및 공판기록을 전부 복사하여 이를 토씨까지  외우다시피 하였다. 그리하여 그가 앞장서서 변호인인 필자도 간과한 경찰 및 검찰수사의 문제점, 피해자 진술의 모순점 등을 세세히 밝혀내어, 필자로 하여금 이를 법률적 쟁점으로 정리하여 법정에서 주장하도록 하였다.

둘째, 피고인은 법전(法典)을 구입하여 관련 법규정을 나름대로 연구, 이를 적극 활용하였다. 예를 들면, 그가 직접 경찰 및 검찰, 국가인권위원회, 국립과학수사연구소 등에 수차 정보공개청구를 하여 본인에게 유리한 자료를 나름대로 수집, 필자에게 제공하였다.

셋째, 그는 구속된 피고인의 신분임에도 자신의 결백함을 강조하기 위하여 현직 경찰 및 검사까지 고소하였다. 필자는 이러한 그의 모습을 지켜보면서 그의 무죄를 확신하게 되었고, 나아가 ‘이 친구가 어릴 때부터 좋은 환경에서 제대로 성장하였으면 결코 지금과 같은 구속피고인의 처지가 아니라 그보다 훨씬 나은 상황에 있었을 것인데...’ 하는 안타까운 마음을 떨칠 수 없었다.
본건 무죄판결은 재판부가 그야말로 「정의의 여신의 대행자」역할을 충실히 수행한  덕분이다

본건 무죄판결에 대하여 당연히 검찰이 항소하였고, 따라서 최종적으로는 상급심의 판결을 받아 보아야 하겠지만, 본건 재판부는 재판과정에서 법관이 갖추어야 할 모든 미덕을 보여주었다.

첫째, 재판부는 법원칙을 철저히 준수하는 냉정함을 견지하였다. S 피고인이 폭력사건으로 형사단독의 재판을 받는 도중 재판장에게 심한 욕설을 한 적이 있고, 그것이 통영법조계에 현저한 사실임에도  재판장은 그에 개의치 않고 사건을 사건으로만 보아 준 것이다.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고, 형사피고인은 유죄의 확정판결을 받을 때까지는 무죄로 추정되며, 의심스러울 때에는 피고인의 이익으로」 라는 인권보장을 위한 헌법과 형사소송법상의 대원칙을, 전임 재판장에게 욕설을 퍼부은 본건 피고인에게도 그대로 적용한 것이다.

둘째, 재판부는 자신의 심판대상에 대해 따뜻한 인간적인 배려를 해주었다. 어릴 적부터 수없이 범행을 저질러 군대까지 면제받은 중졸학력의 피고인에 대하여, 더구나 동종전과로 징역 3년까지 선고받고 누범기간중에 있는 피고인에 대하여, 재판부는 피고인의 주장하는 바 그 어느 것도 소홀히 다루지 않고 이를 세심히 검토하여 공판절차에 반영하여 주었다.

셋째, 재판부는 실체적 진실발견을 위하여 형사소송절차가 허용하는 모든 제도를 활용하였다.
1)피해자들이 법정에 나와서 피고인이 진범이 맞다고 증언함에도 그 증언의 신빙성을 따지기 위하여 재판부는 직권으로 2번에 걸쳐 현장검증을 실시하였다. 1차 현장검증시 P여인의 집이 잠겨있자, 압수수색영장을 발부하여 재차 현장검증을 실시, 열쇠전문가를 대동하여 P여인의 집 안방에까지 들어가 P여인의 법정증언이 거짓임을 밝혀내었다. 즉, P여인은 본건 증인으로 소환되었으나 몇 달 이상 불출석하다가 경찰을 동원하자 마지못해 출석하여, ‘그동안 출석하지 못한 것은 본건 직후 다른 곳으로 이사를 가서 소환장을 받지 못하였기 때문’이라고 증언하였으나, 2차 현장검증결과 안방에 그녀의 이름과 바로 3일전의 날짜가 기재된 약봉지가 있어 본건 이후 한번도 이사를 간 적이 없고, 결국 일부러 법정에 출석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난 것이다. 
2)재판부는 형사소송법상의 구속기간을 최대한 활용하였다. 본건의 미결구금일수는 512일로 이는 통영지원 개원이래 최장의 구속기간이 아닌가 한다.
3)재판부는 부득이 국선변호인을 재선정하는 과정에서도 이례적으로 직접 해당변호인에게 전화를 걸어 본건의 특수성을 직접 알려주어 그 변호인으로 하여금 여느 국선변호사건 보다 열심히 변론하도록  은근한 압력(?)을 행사하였다.
 
반면, 검찰은 구태의연한 경찰을 전혀 통어하지 못하여 수사의 주재자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였다.
본건 수사기록을 검토하면서 ‘아직도 경찰은 기회만 있으면 장기미제 강력사건을 떠넘기기하고 있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검찰도 이러한 경찰의 잘못된 관행을 제대로 통어(統御)하지 못하였고, 결과적으로 국민이 기대하는 바, 수사의 주재자로서 경찰을 실질적으로 지휘하여 국민의 인권을 보호해야하는 역할을 전혀 하지 못하고, 오히려 경찰의 무리한 짜 맞추기식 수사를 방조하였다.
 
특히 특수강도사건에 대하여는 피의자가 진술을 거부한다는 이유로 유죄의 예단을 가진 나머지 현장조사도 하지 않은 채 사리에 맞지 않은 피해자의 진술만을 믿고 함부로 기소한 큰 잘못을 저지른 셈이다. 경찰의 수사권독립요구에 대한 검찰의 가장 효과적인 대응방법은 대국민홍보강화가 아니라, 검찰의 경찰에 대한 실질적인 우위의 확보라 할 것이고, 그것은 본건과 같은 사건 하나하나에 검찰의 역량을 발휘, 「죄짓지 않은 자가 억울한 처벌을 받지 않도록」세심하게 배려함으로써 확립된다고 볼 때 본건을 처리한 검찰의 태도는 많은 아쉬움을 남긴다.
 
 
본건 국선변론의 소회
본건 무죄판결은 자신의 권리주장에 철저한 탁월한(?) 피고인과 법관으로서의 모든 미덕을 갖춘 재판부의 합작품이라 할 것이다. 필자는 본건 국선변론을 통하여 첫째, 본인의 권리는 본인이 지켜야 한다는 점을, 다시 말해서 「권리 위에 잠자는 자는 보호받지 못한다」라는 로마법 이래의 법언(法諺)은 만고의 진리임을, 둘째, 어떠한 경우에도 엄정한 법원칙을 지켜낼 줄 아는 냉정함과 자신의 재판대상에 대한 인간적인 배려를 할 줄 아는 따뜻함, 그리고 모든 인간적인 것을 통찰하는 혜안을 갖춘 법관이야말로 「정의의 여신의 대행자」임을 새삼 절감하였다. 아울러 본건이야말로 필자가 변호사로서 담당했던 수많은 사건 중에서 「택시운전사 실전매립지 강도살인 무죄변론사건」과 더불어 가장 보람있었던 사건이 아닌가 한다. 바로 이 사건을 담당하려고 수많은 인생역정을 거쳐 변호사가 된 것이 아닌가 할 정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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