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변 칼럼

공직자의 언행(言行)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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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 집들이에서 생긴 일
재작년 친구 집들이에 갔더니 친구의 지인(知人)들이 많이 와 있었다. 친구가 나를 방방마다 데리고 다니면서 창원에서 고현으로 이전 개업한 변호사라고 소개하던 중이었다. 어느 중년 부인이 나를 보더니 다짜고짜 ‘진 검사님한테 서운한 일이 있습니다’라고 하는 것이 아닌가! 그 부인의 사연은 다음과 같았다.
 
내가 통영지청 4호 검사로 있을 때 이 부인이 억울한 일을 당하여 거제경찰서에 고소를 하였는데 그 사건이 나의 방에 배당되었고, 담당검사가 같은 고향사람이라 하도 반가워 본인의 억울함을 꼭 좀 풀어달라고 부탁을 하러 가면서 포도 2천원어치를 사들고 갔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 다음날 검사가 직접전화를 하여 즉시 검사실로 들어오라고 하여 부리나케 달려갔더니 전날 사다주었던 포도봉지를 그대로 주면서 ‘이런 거 가져오면 안돼요. 도로 가져가요!’ 라고 호통을 치더라는 것이었다. 필자가 통영지청에 근무했던 때가 벌써 십 수년전의 일이고, 당시 한 달 평균 200여 사건을 처리한데다 비슷비슷한 사건이 많아서 그랬는지 위 부인의 일이 필자로서는 전혀 기억이 나지 않았다.
 
그러나 그 부인으로서는 자신의 억울한 일을 해결해 줄 하늘같은 담당검사가 동향이라는 말을 듣고 천군만마를 얻은 심정으로, 찾아가면서 그냥 가기 뭐해서 포도 몇 송이를 사들고 갔는데, 바로 그 동향의 검사가 그렇게 박절하게 대했으니 그 서운하고도 서러운 마음이 가시기 어려웠으리라! 자신의 일로 검찰청에 찾아가 검사를 만날 일이 평생 한번 있을까 말까하는 보통 시민들 입장에서는 바로 그 검사의 일거수일투족을 하나도 놓칠 리 없으니 아무리 세월이 흐른들 그것을 잊지 못하는 것이 당연하리라!
 
 
검사님이 어찌 그런 말을 할 수 있습니까
회사택시 기사가 승객을 살해하고 금품을 강취한 혐의로 기소된 「실전택시기사 강도살인사건」변론 중에 있던 일이다. 그 택시 기사가 구속되어 검찰조사를 받는 시점에서 그의 처가 검사실에 소환되어 조사를 받고 오더니 필자를 보고 대성통곡을 하는 것이었다. 그 사연은 다음과 같다. “검사의 소환을 받고 조사를 받으러 갔더니 저의 남편은 수의를 입고 포승줄에 묶인 채 구석에 앉아 있는데, 검사가 저의 면전에 어떤 서류를 들이대고 흔들면서 ’당신 남편이 범행을 완강히 부인하고 있는데, 이것이 꼼짝 못할 증거다.
 
이제 당신 남편은 100% 사형이야!‘라고 하는 것 아닙니까. 저의 남편은 개미 한 마리 못 죽이는 사람입니다. 남편이 사람을 죽였다면 한 이불을 덮고 자는 저가 모르겠습니까. 설사 제 남편이 진짜 범인이라 해도 검사님이 어찌 그리 매정하게, 그것도 본인이 있는 자리에서, 어린 세 아이의 아버지이며 하늘같은 저의 남편이 100% 사형이라고 스스럼없이 말 할 수 있습니까. 거제경찰서 담당형사는 저의 집에서 압수수색 할 때나 저를 조사할 때마다 인간적으로 미안하나 직업상 하는 일이니 양해해 달라고 했는데 말입니다. 어찌 검사님이 형사보다도 못합니까!”
 
 
공직자의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것이기 때문에 그의 언행은 겸허해야 한다
위 두 사례에서 보듯이 공직자의 말 한마디는 경우에 따라 그 상대방에게 더 없는 서러움와 서운함, 평생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주기도 한다. 그것은 공직자가 상대방에게 막강한 영향력을 미치는, 경우에 따라서는 그 모든 것을 좌우하는 지위에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검사나 판사와 같은 공직자가 그러한 지위를 누릴 수 있는 것은 그의 앞에 앉아서 조사 및 재판을 받고있는 국민이 있기 때문이다. 언 듯 보면 수사 및 재판의 객체에 불과한 국민이 그들을 검사 및 판사로 만들어 준 주인인 것이다.
 
그것은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라는 헌법 규정(제1조 제2항)을 보더라도 잘 알 수 있다. 결국 공직자는 국민 위에 군림하는 상전이 아닌 국민을 주인으로 모시는 공복이다. 이러한 지위에 있는 공직자가 언행을 신중하고 겸허하며 정직하게 해야 함은 너무나 당연하다. 이것은 단순한 공직자의 윤리적 의무가 아닌 주권재민(主權在民)의 원리에 입각한 헌법적 의무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본다면 위에서 본 두 사례는 공직자의 본분을 망각한 것임에 틀림없다.
 
공직자의 경솔한 언행은 공직자 개인의 잘못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정치인과 같이 그 지위가 높을수록 그 만큼 많은 국가적 폐해를 끼칠 수 있다. 온 나라를 1년 남짓 탄핵 및 그 역풍의 소용돌이에 빠지게 한 것도 참을 수 없이 가벼운 노대통령의 경솔한 언행 탓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아울러 5.31지방선거에서 집권여당이 제1야당보다 1,000만표차 이상으로 참패한 것도 노대통령과 그 측근들의 가장 효과적(?)으로 국민들의 심사를 뒤틀리게 하는 가벼운 언사 탓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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