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변 칼럼

정의는 신선할수록 그 향기를 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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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전 강도살인사건 무죄변론기②

무고한 시민이 불과 3일만에 강도살인범으로!
거제택시 운전사 K는 2004년 10월 4일 그의 직장에서 거제경찰서로 연행되어 강도살인혐의로 긴급체포된다. 경찰은 당일 창원지검 통영지청 검사의 긴급체포승인을 받아 그 다음날 구속영장을 신청하였고, 검사는 즉각 구속영장을 청구하였으며, 법원은 같은 달 7일 영장실질심사를 통하여 K를 구속한다.
 
‘학업성적은 좋지 않았지만 학창시절 3년을 개근할 정도로 부지런하고 성격이 온순하며 상대방의 얼굴을 똑바로 쳐다보지 못할 정도로 매우 내성적이고, 38년 동안 아무런 범죄전력이 없을 뿐만 아니라 장인, 장모를 모시고 3자녀를 키우며 단란한 가정을 이루고 있었으며, 거기에다가 2년 전부터 은행 등으로부터 변제독촉을 심하게 받아 오면서도 아무런 사고를 내지 않고 택시운전만을 하며 열심히 생활하였고, 회사 내에서도 직원들과 다툼을 하거나 큰소리를 내는 일이 없고 매우 성실한 것으로 평이 난’(본 사건에 대한 부산고등법원 무죄판결문) 한 무고한 시민이 강도살인범으로 바뀌는데 불과 3일이 채 걸리지 않았다.
 
그는 이렇게 구속된 이후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고, 구속 된지 297일이 지나서야 항소심에서 무죄를 받아 석방되고 그로부터 약 1년이 지난 이후 대법원에서 위 무죄가 확정된다. 한순간에 강도살인범의 누명을 쓴 한 무고한 시민이 그 누명을 벗는데 1년 9개월이 소요된 것이다. 그 잘못의 발단은 어디에 있는가?
 

잘못의 시발, 검찰의 섣부른 구속결정
형사법 전문가인 검사는 경찰이 신청한 구속영장을 법원에 청구하기 전에 ‘무죄추정의 원칙’, ‘열 사람의 범인을 놓치더라도 단 한 명의 죄 없는 자를 벌하여서는 안 된다’라는 형사소송법의 대원칙에도 불구하고 법관으로 하여금 합리적 의심의 여지가 없는 증명을 이끌어 내어 유죄를 받을 수 있는지 수사기록을 엄밀히 검토하여야 한다. 왜냐하면 ‘강도살인 사건이 났으니 빨리 그 범인을 잡아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힌 경찰의 떠넘기기 및 짜 맞추기 수사에 대하여 냉철하게 대응함으로써 죄 없는 자가 억울하게 구속되는 일이 없도록 함이 준사법기관이며 단독관청인 검사에게 주어진 제1의 책무이기 때문이다.
 
경찰의 영장신청이 ‘Y염색체분석결과’라는 일견 최첨단의 과학적 증거를 바탕에 두고 있는 본건의 경우에도 검사는 ‘유전자감식=최첨단의 과학적 수사기법’이라는 막연한 환상에 빠지지 말고, 보다 냉정하게 철저한 자료수집과 분석을 통하여 그것이 과연 증명력이 있는지 깊은 성찰을 했어야 했다. 그러나 본건 수사과정을 보면 검찰이 위와 같은 고민을 한 흔적이 전혀 없다. 한마디로 본건 잘못의 시발은 검찰이 피의자를 너무 쉽게 구속 지휘한 것이다.
 
 
악수(惡手)는 악수를 부른다
검찰이 만약 위와 같은 성찰과 고민 끝에 경찰의 구속영장신청에 대하여 재지휘를 하였다면, K는 297일간의 억울한 옥살이를 하지 않았을 것이며, K와 더불어 가난하지만 나름대로 행복한 생활을 하던 K의 어린 처자가 거제도에서 타지로 이사를 가지도 않았을 것이며, K의 운전면허도 취소되지 않았을 것이다. 또한 『성급하고도 무리한 구속수사지휘→반대증거에 대한 철저한 무시→피의자가 범인이 아닐 수도 있다는 여러 정황의 의도적 무시 및 참고인 조사에 대한 객관성 상실→죄지은 자를 벌하는 것만큼 죄 없는 자의 억울함을 풀어주는 책무를 의미하는 공익의 대표자인 검찰의 객관의무위반→구속기간도래에 따른 기계적인 구속기소→사형구형이라는 검찰의 단호한 입장표명→1심의 무기징역선고에 대하여 사형구형을 위한 항소→항소심 무죄판결에 대한 상고』라는 일련의 절차가 이루어 질 리도 없다. 위와 같은 일련의 행위는 구속지휘한 검찰의 입장에서 보면 일관되고도 논리필연적인 절차라고 볼 수도 있다.
 
그러나 변호인의 입장에서 보면 무리한 구속지휘라는 잘못을 정당화하기 위한 억지일 뿐이다. 한마디로 검찰의 잘못은 현대과학의 총아라는 유전자분석결과의 한계를 인식하지 못하고 막연한 환상에 빠진 나머지 경찰의 구속영장신청에 대하여 냉철히 대응하지 못하여 결과적으로 ‘현대과학이 생사람을 잡을 뻔한 것’이다.     
 
 
잘못 끼운 첫 단추의 여파
「죄 없는 자는 어떠한 경우에도 억울하게 처벌받아서는 아니 되고, 죄 지은 자는 반드시 그에 상응한 처벌을 받아야한다」는 것이 소박한 시민들의 정의관념이다.  이는 나아가 ‘이 세상에서 가장 객관적인 기관으로서 정의의 집행기관’이고자 하는 검찰의 존립근거이기도 하다. 그런 점에서 본 사건에 임한 검찰의 잘못은 더할 나위 없이 크다. 왜냐하면 검찰의 섣부른 구속결정으로 무고한 한 시민과 그 가족이 말할 수 없는 고통을 받은데 그치지 않고, 본 사건의 진범을 잡을 기회를 영원히 박탈하여 상상할 수 없는 고통 속에 비명횡사한 본 사건의 피해자 및 그 가족에게 그 보다 더한 고통을 준 셈이기 때문이다.  ‘우리 인생에서 일어나는 문제들의 절반은 너무 빨리 그렇다고 말하고, 너무 늦게 아니라고 말해서 비롯된다.’는 미국의 철학자 Josh Billings의 경구와 ‘때늦은 정의는 불의(不義)나 마찬가지다(Justice delayed is justice denied)’라는 법언(法諺)은 본 사건에 더 없이 타당하다!
 
 
제도적 보완의 필요성
 본 사건의 흐름을 인적구성의 측면에서 되짚어보면, 사법경찰관 1명의 구속영장 신청에 대하여 법조경력 6년의 검사가 구속영장을 청구하고, 법조경력 도합 28년의 1심재판부가 무기징역을 선고한데 대하여 법조경력 도합 40년의 2심재판부가 무죄를 선고하였고, 법조경력 도합 123년의 대법원 재판부에서 무죄를 확정하였다. 본건 사법절차의 의미 있는 출발점이 구속영장청구라고 보면 그러한 중차대한 결정을 법조경력이 10년도 채 안된 검사1명에게  맡긴 셈인데 이는 문제라 할 것이다. 따라서 검찰은 향후 최소한 법조경력 15년 이상의 부장검사에게 구속영장청구 담당업무를 맡겨, 마치 대법관이 재판기록을 보듯이 경찰수사기록을 엄밀히 검토하게 하여 다시는 본건과 같은 잘못이 발생되지 않도록 하는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 검찰이 정의의 집행기관으로 거듭나려면 경찰초동수사에 대한 실질적인 지휘를 그 출발점으로 삼아야 하기 때문이다. ‘정의는 신선할수록 그 향기를 더 한다.’고 하지 않았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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