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변 칼럼

검사와 거짓말탐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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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말탐지기 조사는 어떤 경우에 하는가
필자가 인천지검 검사로 있을 때 절도전과 10범인 트레일러 운전사가 강간치상죄로 구속되어 송치되어 왔다.
 
피의자는 피해자인 여성과 트럭안에서 성관계를 가진 것은 사실이나 피해자에게 금 20만원을 주고 한 화간(和姦)이지 강간(强姦)이 아니라고 범행을 극구 부인하였다. 처음에는 전과자의 상투적인 거짓말이거니 하였으나 ‘높이 1미터가 넘는 트레일러 조수석에 어떻게 성인여성을 강제로 태우며, 트럭이라는 좁은 공간에서 청바지를 입은 여성을 어떻게 강간할 수 있느냐’는 피의자의 절절한 하소연이 상당히 그럴싸하여 피해자 여성과 피의자에 대하여 동시에 거짓말탐지기 조사를 의뢰하였다. ‘피의자는 피해자의 요구에 따라 돈을 주고 성관계를 가진 것이 사실인가요’라는 질문에 ‘그렇다’는 피의자의 대답은 진실반응, ‘그렇지 않다’는 피해자의 대답은 거짓반응이 나왔다.
 
그래서 피해자 여성의 전과를 조회하였더니 공갈미수죄로 벌금을 받은 적이 있었다. 그 내용을 확인하였더니 이 여성이 간통을 한 상간자의 처에게 찾아가서 돈을 주지 않으면 남편의 직장에 가서 간통사실을 공표하여 더 이상 직장에 다니지 못하도록 하겠다고 겁을 주어 돈을 뜯으려다 미수에 그친 것이었다. 결국 이 사건은 강간치상죄로 구속되었던 피의자를 무혐의 석방하고, 피해자인 여성을 무고죄로 구속하는 것으로 종결하였는데, 이 여성은 법원에서도 끝까지 무고혐의를 부인하다가 징역 1년6월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거짓말탐지기 조사결과는 유죄의 증거로는 쓰이지 못한다
위와 같이 거짓말탐지기 조사는 수사실무상 매우 유용한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 대법원은 거짓말탐지기 조사결과의 증거능력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거짓말탐지기의 검사 결과에 대하여 증거능력을 인정할 수 있으려면, 첫째로 거짓말을 하면 반드시 일정한 심리상태의 변동이 일어나고, 둘째로 그 심리상태의 변동은 반드시 일정한 생리적 반응을 일으키며, 셋째로 그 생리적 반응에 의하여 피검사자의 말이 거짓인지 아닌지가 정확히 판정될 수 있다는 세 가지 전제요건이 충족되어야 하는데 이러한 요건을 갖추지 못하였으므로 증거능력을 인정할 수 없다는 것이 대법원의 일관된 판례이다.
 
그런데 증거능력은 유죄증거의 요건이지 무죄증거의  요건은 아니다. 따라서 피의자나 피고인 입장에서는 거짓말탐지기 조사결과가 본인에게 법률적으로 직접 불리하게 작용되지는 않는 것이다. 바로 이점 때문에 일선의 수사검사들은 유죄심증을 가진 사건에 대하여 거짓말탐지기 조사의뢰를 꺼려하고 있다. 조사결과 범행을 부인하는 피의자의 대답에 대하여 거짓반응이 나오더라도 이것이 유죄의 증거로 채택될 수 없고, 반대로 진실반응이 나오면 공소유지에 오히려 불리하기 때문이다. 즉 검사입장에서는 ‘잘해야 본전’이고 피의자 입장에서는 ‘밑져봐야 본전’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검사들의 생각은 공익의 대표자인 검사의 본분을 스스로 망각한 매우 잘못된 것이다.
 
 
억울한 피의자는 거짓말탐지기 조사요청을 할 수 있고 검사는 이에 응하여야 한다
검찰청법 제4조 제1항은 검사는 공익의 대표자로서 범죄수사?공소제기와 그 유지에 관한 사항 및 법원에 대한 법령의 정당한 적용의 청구 등의 직무와 권한을 가진다고 규정하고, 같은 조 제2항은 검사는 그 직무를 수행함에 있어 그 부여된 권한을 남용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한 형사소송법 제424조는 검사는 피고인을 위하여 재심을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고, 검사는 피고인의 이익을 위하여 항소할 수 있다고 해석된다.
 
따라서 검사는 공익의 대표자로서 실체적 진실에 입각한 국가 형벌권의 실현을 위하여 공소제기와 유지를 할 의무뿐만 아니라 그 과정에서 피고인의 정당한 이익을 옹호하여야 할 의무를 진다. 대법원도 같은 입장에서 공익의 대표자인 검사가 수사 및 공판과정에서 피고인에게 유리한 증거를 발견하게 되었다면 피고인의 이익을 위하여 이를 법원에 제출하여야 한다고 설시하면서, 강도강간의 피해자가 제출한 팬티에 대한 국립과학수사연구소의 유전자검사결과 그 팬티에서 범인으로 지목된 피고인과 다른 남자의 유전자형이 검출되었다는 감정결과를 공판과정에서 입수하고도 법원에 제출하지 아니한 검사의 행위는 위법하다고 보아 국가배상책임을 인정하였다(대법원 2002. 2. 22. 선고 2001다23447 판결). 검사의 최우선적 책무는「죄를 짓고도 응분의 벌을 받지 않거나 죄 없는 자가 억울한 처벌을 받는」심각한 부정의(不正義)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데 있다.
 
그러기 위해서 검사는 피의자의 혐의 유무를 객관적이고도 중립적인 입장에서 세심하게 판단해야 한다. 그런데 이러한 판단의 전제가 되는 것이 사건관계인의 진술의 신빙성을 잘 가늠하는 일인데 이를 위한 과학수사기법의 하나가 거짓말탐지기 조사인 것이다. 그래서 대검찰청은 ‘검사는 피의자 등 사건관계인이 자신의 진술의 진실을 입증하기 위하여 거짓말탐지기 검사를 요청하고 그 요청에 상당한 이유가 있을 때에는 검사를 의뢰하여야 한다’고 못박고 있다(대검예규「심리생리검사규정」제7조 3호). 다시 말해서 거짓말탐지기 조사여부는 검사가 마음대로 정하는 것이 아니라 당사자가 상당한 이유를 대면서 요청을 하면 반드시 의뢰를 해야한다. 따라서 진정으로 억울한 피의자는 거짓말탐지기 조사요청을 적극적으로 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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