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변 칼럼

공짜가 제일 비싸다

관리자 0 1612
돈 한 푼 못 받고 뇌물죄로 징역 5년을 산 중앙부서 사무관
서울중앙지검 특수부 검사시절 동료 검사실에서 필리핀 의과대학 출신 국내의사자격시험 부정사건을 인지한 적이 있다. 그 시험 감독관인 국립보건원 사무관이 브로커로부터 시험부정(컨닝)을 눈감아주는 대신 5천만원을 받기로 하고 돈은 한푼도 받지 못한 상태에서 적발된 것이다. 그런데 그는 징역 5년을 선고 받았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할까? 그것은 우리 형법이 공무원이 그 직무에 관하여 뇌물을 받은 경우(수수) 뿐 아니라 달라고 하거나(요구) 받기로 약속만 한 경우에도 받은 경우와 똑같이 처벌(제129조 제1항)하고, 수뢰액(받기로 약속한 금액도 같다)이 5천만원 이상이면 법정형이 징역 10 년 이상이라 법관의 재량으로 형을 감경하더라도 집행유예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결국 그는 돈 한푼 못 받고 하필 집행유예가 불가능한 최저금액인 5천만원을 받기로 약속한 이유 하나만으로 패가망신 한 것이다. '공짜가 제일 비싸다'는 우리 속담이 이미 우리 법체계에 입법적으로 반영되어 있고, 나아가 한 때 '법보다 주먹이 가깝다'고 폄하되던 법의 지엄함을 보여주는 사례다.

 

취임과 동시에 직무정지된 이광재 강원 도지사
6ㆍ2 지방선거에서 당선된 노무현 전 대통령의 오른 팔 이광재 강원도지사가 7월 1일 취임과 동시에 직무 정지되었다. 그는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으로부터 불법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1심과 2심에서 연달아 징역형을 선고받아 그럴 경우 부단체장이 권한을 대행한다는 지방자치법규정(제111조 제1항 제3호)에 따른 것이다.

이에 따라 김두관 경남지사의 당선과 더불어 가히 선거혁명이라 불린 300만 강원도민의 준엄한 선택이 오히려 취임과 동시에 도정 공백이라는 사상 초유의 역설을 낳게 된 것이다. 그가 받았다는 돈은 뇌물이 아닌 정치자금 1억1,417만원이다. 또한 그에게 돈을 준 박연차씨는 18대 국회의원인 그의 여비서 아버지이다. 자신의 여비서 아버지로부터 이정도의 돈을 받은 사안에 대하여 법원은 당선무효형(벌금 100만원)을 넘어 직무정지형(징역형)을 선고 한 것이다.

결국 강원도민은 그가 받았다는 불법정치자금의 수 십 배에 해당하는 혈세를 들여 18대 의원인 그의 지역구 국회의원 보궐선거를 이번 달에 치러야 하고, 대법원에서 그가 유죄확정판결을 받으면 아마도 금년 10월에 도지사 보궐선거까지 치러야 할 딱한 형편에 처해있다. 아울러 '정당을 잊고 나의 모든 것을 던져 일 하겠다'는 그의 취임일성도 공염불이 될 것 같다.

   

1982823847_JOD1dyGw_b83de3104711b635a0d0daf1961b36ed75f17248.jpg
▲ 어느 작가가 쓴 책의 제목이기도 한 "공짜가 제일 비싸다" 책 표지. <자료사진>


연초면 이장들의 비싼 저녁 식사
2명의 민선시장들의 연이은 수뢰사건으로 보궐선거를 치른 바 있는 우리 거제에도 금번 지방선거과정에서 말로만 듣던 값비싼 저녁식사 사건을 목도한 바 있다. 선거기간 중 국회의원 비서관이 주최한 저녁식사 자리에 참석한 연초면 이장 18명에 대하여 선관위가 그 식사대금의 30배에 해당하는 170만4천원씩 과태료를 부과한 것이다.
 
더욱 가관인 것은 그 자리에 한나라당 후보자들 및 국회의원도 참석하였는데 선관위는 임명된 지 한 달도 채 안된 ‘비서관이 국회의원 몰래 이 자리를 마련했고, 식당주인이 밥값을 냈다’는 '눈 가리고 아웅'하는 말 맞추기식 진술을 그대로 믿고 그들만을 고발했고, 결과적으로 순박한 이장들에게 위와 같은 부담을 지게 한 국회의원은 한마디 사과도 없다는 점이다. 그의 무감각, 무신경, 극단적 준법의식의 결여에 또 다시 아연할 따름이다!

위 사례들은 공직자가 법을 무시하고 공짜를 바라다가는 개인적인 패가망신을 넘어 사회적으로 엄청난 부담과 혼란을 초래한다는 점을 웅변하고 있다. 결국 청렴과 준법의식은 더 이상 공직자의 미덕이 아닌 생존조건인 셈이다!
0 Comments
포토 제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