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변 칼럼

정치가 뭐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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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동창 J군의 안타까운 죽음에 붙여
 
총선 낙마한 50대 변호사 투신자살! 대선을 40여일 앞두고 마련된 박근혜 후보와의 경남 국회의원?당협위원장 긴급 서울 회동을 마치고 내려오는 버스 안에서 무료함을 달래려고 스마트폰으로 뉴스검색을 하다가 발견한 충격적 기사제목이다.

제목만 보면 그는 죽었고 나는 살았다는 점만 빼면 나와 처지가 같았다.

사연인즉 지난 4월 총선에서 대구에서 무소속으로 출마했다 낙선한 변호사 52살 정모씨가 자신의 아파트 20층에서 뛰어내려 숨졌는데 정씨는 지난 총선과정에서 선거법위반혐의로 기소되어 이날 재판을 앞두고 있었고 선거에서 10억여원의 빚을 져 본인소유의 아파트가 경매에 넘어가는 등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는 것이다.

검색, 추적결과 그 비극의 주인공은 놀랍게도 대학동창 J군이었다. 고시공부 하느라 동기생조차 경쟁자로 보아 얼굴만 멀뚱멀뚱 쳐다보고 말도 거의 섞지 않는 서울법대의 살풍경에서 그나마 비교적 친하게 지낸 친구였다.

미소가 수줍고 착하고 점잖은 친구였다. 경북고 출신으로 사법시험에 다소 늦게 합격, 고향 대구에서 개업하여 지역통장협의회 고문변호사를 맡는 등 나름대로 정치에 입문하기 위하여 준비를 했다.

지난 총선에서 새누리당 원내대표인 이한구 의원과 민주당 중진 김부겸 의원이 경합을 벌인 대구 수성갑에서 무소속으로 출마하여 낙선했다. 대학졸업후 제 앞만 보고 살아오다가 30년만에 기껏 들은 소식이 처지가 비슷한 친구의 비극적인 죽음이라니!

지난 총선 패배 후 내가 겪은 고통에 비추어 그 친구의 아픔이 어떠했는지, 오직 했으면 그런 극단적 선택을 했는지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지만 그래도 꼭 그래야만 했는지 안타깝기 그지없다.

정치가 뭐길래, 왜 정치를 해가지고 그런 비극을 맞이했는지, '정치하지 마라'는 말을 유언하듯이 남기고 떠난 노무현 전 대통령 생각이 난다.

'정치란 하나의 특수한 수단, 다시 말해서 폭력을 내포하고 있는 권력이라는 수단에 의해 움직인다. 따라서 정치에 관여하려는 사람은 누구나 악마적 힘과 거래하게 된다.

독일의 사회학자 막스 베버가 그의 명저 ‘소명으로서의 정치’라는 책에서 남긴 명언이다. 나는 정치의 위험성을 이처럼 적나라하게 표현한 말을 알지 못한다.

왜 정치를 하다가 입신양명하는 극소수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패가망신하는지를, 어느 유력대선 후보처럼 너무나 순진무구하고 천사 같은 인상에 고결한 인격의 소유자가 왜 정치에 입문하자마자 점점 인상도 이미지도 위선적으로 변해가며 탐욕이 덕지덕지 붙어만 가는지를 이 말은 웅변하고 있다. 그렇다! 정치를 하려면 악마와 거래해야 한단다!

성공하면 붙고 실패하면 떨어지는 것에 시험과 선거가 있다. 그런데 실패의 고통은 시험에 비하여 선거가 훨씬 더 크다. 시험에 떨어지면 한 일주일 술 마시고 누워 있다가 아버지한테 뺨 한 대 맞고 대신 돈 얻어가지고 상경하여 일 년 죽으라 공부하면 된다.

선거에 떨어지니 이거는 뭐 장난이 아니다. 우선 패전처리 하는데 한 달 이상 걸린다. ‘슈퍼스타 감사용’이라는 영화가 있다. 삼미슈퍼스타 패전처리 전문투수 감사용의 이야기다. 통산전적이 단 1승에 15패 1세이브다.

왜 그가 슈퍼스타인지 선거에 떨어져서 패전처리를 해보니 알 만하다. 그래도 그는 1승이라도 건졌다. 역대 투수 중에 단 1승도 못 올리고 야구계를 떠나는 자가 수 백 명이 넘는다.

정치도 마찬가지다. 선거패배의 고통은 그것으로 끝이 아니다. 필설로 표현할 수 없는 수 만 가지다. 가장 큰 고통은 꼼수를 막아내지 못한 무력감이다. 정의를 내세우고도 불의에 패배한 자괴감(自愧感)이다.

야합과 배신, 뒷거래, 불법과 탈법을 저지르고도 승리했다는 단 하나의 이유만으로 이 모든 것이 용인되는 세태와 뻔뻔함과 부정의, 극에 달한 몰염치와 파렴치함을 바라보아야만 하는 상황 그 자체다.

돌아가신 어머니의 말씀이 새삼 떠오른다. 제 못 나모 제 불쌍타! 나는 안다. 이 모든 상황이 선거패배의 당연한 귀결임을. 그리고 선거패배의 모든 책임은 다 나에게 있다는 것을!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결코 포기할 수 없다!

이 상황에서 포기란 악에 굴복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끝날 때까지는 끝난 것이 아니다! 오늘 새벽에도 나는 막스 베버의 다음 글을 새기며 옷깃을 여민다.

정치란 열정과 균형적 판단 둘 다를 가지고 단단한 널빤지를 강하게 그리고 서서히 구멍 뚫는 작업이다. 만약 이 세상에서 몇 번이고 되풀이하면서 불가능한 것을 잡으려고 노력하는 사람들이 없었다면, 아마 가능한 것마저도, 성취하지 못했을 거라는 말은 전적으로 옳고 모든 역사적 경험에 의하여 증명된 사실이다.

그러나 이 일을 할 수 있는 사람은 모든 희망이 깨져도 이겨 낼 수 있을 정도도 단단한 의지를 갖추어야 한다.

자신이 제공하려는 것에 비해 세상이 너무나 어리석고 비열해 보일지라도 이에 좌절하지 않을 자신이 있는 사람, 그리고 그 어떤 상황에 대해서도 '그럼에도 불구하고!'라고 말할 확신이 있는 사람, 이런 사람만이 정치에 대한 '소명'을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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