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변 칼럼

세상은 불공평해도 세월은 공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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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공평한 세상의 미생(未生)들에게

악인의 형통함을 부러워하지 말라/악인은 자기의 악에 걸리며 그 죄의 줄에 매이나니/오직 바람에 나는 겨와 같도다(잠언/시편)
죽음보다 더한 궁형(宮刑)이라는 ‘치욕(恥辱)을 넘어 불멸(不滅)을 얻은’ 중국 역사가 사마천은 그의 불후의 명저 사기(史記) 「백이열전」에서 절규한다.

“어떤 이는 말하기를, 하늘의 도는 공평하여 늘 착한 사람의 편에 있다고 한다. 백이와 숙제는 어짊을 쌓고 행동을 깨끗하게 하였으니 착한 사람이 분명하다. 그런데 하늘은 어찌하여 두 사람을 굶어 죽게 한 것인가?

이에 반해 춘추시대 말기의 도적인 도척은 어떤가? 그는 날마다 죄 없는 사람을 죽이고, 사람의 생간을 회쳐 먹은 포악한 인물이었다. 이 악랄한 도적은 수천 명의 무리를 이끌고 천하를 제멋대로 돌아다니며 말로 할 수 없는 못된 짓을 다하였으나, 천벌을 받기는커녕 오히려 장수하였으니 이는 그에게 과연 덕행이 있어서인가?

요즘 세상의 일을 보면 참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점이 많다. 어떤 사람은 남에게 온갖 악행을 일삼으면서도 대를 이어 부귀영화를 누리는가 하면, 땅을 가려서 딛고, 적합한 때를 기다려서 말을 하며, 큰 길이 아니면 다니지를 않고, 공정한 일이 아니면 나서지를 않는데도 환난과 재앙을 만나는 사람이 수를 헤아릴 수 없이 많다. 이런 것이 하늘의 도, 즉 천도라고 한다면 그 천도는 과연 옳은 것인가? 그른 것인가?”

최근 삼성SDS와 제일모직의 상장으로 이건희 회장의 외아들 이재용 삼성전자부회장은 수조원의 상장차익을 얻었다. 문제는 그 이득이 편법과 불법으로 이루어진 데 있다.

1996년 삼성에버랜드는 당시 주식가치에 크게 못 미치는 7,700원짜리 전환사채를 발행했다. 에버랜드 주주인 삼성계열사들은 이 전환사채인수를 포기하고 이 부회장 등 이건희 회장의 삼남매가 이를 모두 사들여 이들이 단숨에 에버랜드의 대주주가 되었고, 이러한 편법승계로 이 부회장은 제일모직주식 23.24%를 보유한 제1 대주주가 되었다.

이렇게 하여 이 부회장이 취득한 부당이득은 2015년 1월 16일 종가기준으로 3,727,115,000,000원〔=(제일모직 시가 136,000원-취득가 7,700원)×보유주식수 29,050,000〕이다.

삼성SDS는 1999년 230억원 규모의 BW(신주인수권부사채)를 발행해 이재용 부회장에게 7,150원이라는 헐값에 넘겼다. 해당행위를 불법경영권 승계를 시도한 것이라고 본 대법원은 이건희 회장 등에게 유죄를 선고한바 있다.

이 부회장이 이 같은 경영권 불법승계방식으로 취득한 부당이득은 2,234,595,000,000원〔=(삼성SDS시가 264,000원-취득가 7,150원)×보유주식수 8,700,000〕이다. 결국 이 부회장은 삼성그룹의 조직적인 경영권 불법, 편법승계방식으로 대주주가 되었고 그 덕분에 최근 그룹 알짜배기 두 회사의 상장으로 6조원의 부당이득을 취한 것이다.

한편 삼성그룹은 계열사인 삼성중공업에 대한 대대적인 감사를 1년 이상 벌여 구조조정이라는 명분으로 수많은 근로자들을 내보냈다.

그룹 총수일가는 불법과 편법을 동원, 천문학적인 부당이득을 하고도 끄떡없고, 새벽부터 밤낮없이 오로지 회사 일만하며 청춘을 바친 계열사 근로자들은 꼬투리를 잡아 잘라내는 현실, 이것이 21세기 대한민국의 현주소다. 2천 년 전 사마천을 ‘과연 하늘에 도가 있는가?’라며 피를 토하게 했던 부정의가 지금 이 순간 이 땅 대한민국 거제에서도 횡행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극단적 부정의는 날로 교묘해지고 구조화되어 점점 더 질적으로 심화되고 양적으로 팽창되고 있다. 그만큼 이 시대 수많은 미생(未生)들의 절망감도 커지고 있다.

그렇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세상은 결코 공평하지도 정의롭지도 않다! 그렇다면 세상은 영원히 불공평할 것인가? 아마도 그럴 것 같다. 그러나 결코 그래서는 안 된다. 왜? ‘정의로운 세상’은 결코 포기할 수 없는 우리의 지향점이자 밤하늘의 북극성처럼 영원히 변치 않는 이상향이기 때문이다.

나는 역설적으로 구원파 교주 유병언의 죽음을 통하여 그 가능성을 확인한다. 세모그룹 전 회장인 그는 오대양사건으로 징역4년을 살고 나오고도 탁월한 능력(?)으로 수천억의 빚을 합법적으로 탕감 받고 재기, 신도들을 혹세무민, 갈취하여 해외로 빼돌린 재산으로 제 자식들을 호강시키다 못해 더 많은 이득을 챙기려고 갖은 꼼수를 부리다 ‘꽃보다 이쁜 우리 아이들을 진도앞바다에 수장시킨 세월호사건’의 최종 책임자다.

그가 전국적인 체포작전에도 불구하고 수개월간 신출귀몰 할 때만해도 세간의 주된 평가는 ‘비호세력의 작용으로 못 잡는 것이 아니라 안 잡는 것이다! 역시 세상은 불공평하다!’였다. 그런 그도 어느 여름날 전라도 야산의 매실 밭에서 구더기가 파먹은 처참한 몰골로 발견되었다.

‘天網恢恢 疎而不漏(천망회회 소이불루)’란 말이 있다. ‘하늘의 그물은 넓고 넓어 성기고 성기지만 어느 것 하나 놓치는 법이 없다’라는 뜻이다. ‘God's mill grinds slow but sure(신의 맷돌은 느리지만 확실하게 갈아준다)’라는 서양속담과 같은 맥락이다.

“세상은 불공평해도 세월은 공평하다. 정의는 세상이 아니라 세월이 가려낸다. 시간이 지나면 모든 것의 실체가 드러난다.” 주철환 PD의 말이다. 그의 주옥같은 명언은 불공평한 세상을 살아가는 이 땅의 수많은 미생들에게 큰 위안이다. “삶은 고단하고 지루하며 끝없이 난해한 질문을 던지는 잔인한 스핑크스다. 하지만 모든 문제집에는 반드시 해답이 실려 있다. 인생수능의 출제자는 몰라도 채점자는 누군지 알겠다. 바로 세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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