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변 칼럼

공직자와 뇌물(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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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파구 동사무소 직원의 거액수뢰사건
필자는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 검사시절 하위직공무원에 대한 기획사정(司正)수사팀으로 서울 송파구청 8급 공무원의 뇌물수수 사건을 인지한 바 있다. 공여자는 송파구 소재 롯데월드 부근 노른자위 땅 수천평을 소유하다가 매도한 재일교포였다. 그 공무원은 그 땅에 대한 공시지가를 산정하는 실무담당자였는데 수뢰액이 무려 1억원이었다. 공여자는 위 토지에 대한 양도소득세를 수십억원 납부해야 하는데 이를 줄이기 위해서 위 땅에 대한 공시지가를 낮게 산정해 달라고 위 공무원에게 청탁한 것이었다.
 
결국 위 재일동포는 1억원의 뇌물을 주고 거의 10배에 가까운 세금을 줄일 수 있었다. 위 공무원은 대담하게도 금 1억원의 뇌물을 그의 장인 구좌로 온라인 송금 받아 그의 아내에게도 숨긴 채 몇천만원은 사채를 놓고 있었고, 나머지는 조그만 오피스텔 등을 구입하고 있었다. 검찰 수사팀에서 근무처에 들이닥쳐 검거하려 하자 완강하게 반항하면서 도주하려고 하는 것을 긴급체포하여 구속하였는데, 구속되면서 ‘수뢰후 지금까지 이런 날이 올 것 같아서 하루도 발뻗고 자본 적이 없었는데 이제 편안히 잘 수 있겠다’고 하면서 고개를 떨구었다. 결국 그는 징역 6년을 선고받았다.
 
 
청와대 빙자 사기사건의 경우
필자는 또한 서울지검 검사시절 청와대를 빙자하여 이권사업을 따주겠다는 프로 사기꾼의 들러리를 서주고 업자로부터 거액의 현금을 받았다가 사흘만에 돌려준 국방부 공무원 사건을 경찰청 특수수사과로부터 송치 받아 수사한 적이 있다. 그는 퇴근 무렵 여의도 어느 공원부근에서 간첩 접선하듯이 업자를 만나 라면상자에 든 현금 3억원을 건네 받아 승용차 트렁크에 싣는 것까지는 좋았는데 막상 이 돈을 처리하기가 막막했다.
 
우선 이 돈을 은행에 가져 갈 수 없었다. 라면상자 가득히 현금을 들고 은행에 가면 어떻게 의심을 받지 않겠는가. 그래서 할 수 없이 집으로 갔는데 이를 들고 집안으로 가지고 갈 수도 없었다. 남편이 누구보다 청렴한 공무원으로 알고 있는 아내에게 뭐라고 할 것인가. 할 수 없이 차에 현금 박스를 두고 올라오자마자 불안해서 아파트 베란다에 나가서 차만 내려다보았다. 아내가 이상하게 생각할 까봐 거실에 다시 들어 왔다가 담배 피우는 척 하면서 베란다와 거실을 수시로 드나들었다.
 
아내가 잠든 후에 주차장으로 가서 돈상자를 들고 올라와 아파트 다용도실에 옮겨 놓았다가 아내가 깨기 전 꼭두새벽에 이를 들고 내려가 차 트렁크에 옮겨 실어 놓고 다시 베란다에서 승용차만 내려다보고, 식사를 하는 둥 마는 둥 황급히 내려와 트렁크 한번 열어보고 출근했다가도 사무실에 붙어 있지 못하고 주차장에 몇 번이나 내려가 트렁크 열어보고..... 이렇게 사흘간을 밥도 못 먹고 잠도 못 자고 좌불안석으로 지내다가 가정과 직장에서 ‘도대체 왜 그러느냐’라는 말을 몇 번이나 들은 끝에 도저히 견디지 못하고 업자에게 이 돈을 돌려주었다. 그럼에도 이 순진한 공무원은 사기꾼의 공범으로 구속되어 실형을 선고받았다.
 
 
뇌물수수사실이 드러나는 이유
뇌물수수는 매우 은밀하게 이루어진다. 그럼에도 위 사례에서 보듯이 종종 그 사실이 드러나 언론의 사회면을 장식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첫째 뇌물은 공여자인 업자가 그 이익을 위하여 주는 부정한 돈이기 때문이다. 업자가 상당한 액수의 돈을 공무원에게 주는 것은 그 몇 배의 이익을 얻기 위함이다.
 
그런데 상황에 따라 기대한 만큼의 이익을 보기 어렵게 되거나 첩보망에 걸려들어 수사기관으로부터 심한 압박을 받게 되면 뇌물공여사실을 금새 토설하고 만다. ‘이익을 위하여 돈을 주고 이익이 되는 동안에는 비밀을 지키나 상황반전에 따라 그 사실을 누설하는 것이 이익이 된다면 언제든지 돌아서는 것’이 바로 신의가 아닌 이익에 따라 움직이는 검은 거래를 하는 자들의 생리이기 때문이다.
 
둘째 뇌물이 거액인 경우 수수의 편의를 위하여 수표를 사용하면 수표추적을 통하여 드러나기 쉽고, 현금인 경우에는 공여자는 거액의 현금마련을 위하여 자금세탁을 해야 하고, 이를 은행에서 찾아와서 사과상자에 담아 차에 싣고 공무원의 차에 옮겨야 하는데 그 과정에서, 수수한 공무원은 이를 말 그대로 땅에 파묻어 둘 수도 없는 터라 어떤 방식으로든 금융기관에 예치할 수밖에 없는데 그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상당수의 제3자가 알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셋째 뇌물자금은 대부분 분식회계 등 장부조작을 통하여 마련되는데 그 과정에 여러 사람이 관여할 수밖에 없고 그래서 더더욱 비밀이 유지되기 어렵다.
 
 
다산 정약용의 가르침
다산은 위와 같은 뇌물의 생리에 대하여 정확히 꿰뚫어 보고 그의 명저 목민심서(牧民心書)에서 ‘뇌물을 주고받는 것을 누가 비밀히 하지 않으리요만 한밤중에 한 것도 아침이면 드러난다’고 설파하고 있다. 그러면서 중국 한나라때 왕밀(王密)이 ‘어두운 밤이라 아무도 모릅니다’라고 하면서 인사발령에 대한 대가로 금 10근을 양진(楊震)에게 건네주자, 양진이 ‘하늘이 알고 신이 알고 내가 알고 그대가 아는데, 어찌 아무도 모른다고 하오’(天知神知我知子知 何謂無知)라고 말하니 왕밀이 부끄럽게 여기고 물러갔다는 고사(古事)를 들려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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